불법촬영물 일괄 삭제 시스템 구축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업무를 수년간 진행하면서 반복되는 병목이 있었다. 피해 콘텐츠가 게시된 사이트를 찾아도 CDN 뒤에 숨어 있어 실제 호스팅 서버를 특정하기 어렵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고만으로는 해외 서버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호스팅 업체에 직접 Abuse Report를 넣으려 해도 어디에, 어떤 양식으로 제출해야 하는지 매번 조사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된 추적 및 신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프로세스의 한계
수작업 기반의 기존 프로세스에는 세 가지 병목이 있었다.
첫째, CDN 서비스 뒤에 숨은 원본 서버를 찾는 데 평균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둘째, 서버를 찾아도 해당 호스팅 업체의 신고 채널을 파악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했다.
셋째, 업체마다 요구하는 신고 양식과 증빙 자료가 달라 건별로 문서를 새로 작성해야 했다.
월 평균 처리량이 증가하면서 이 방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해졌다. 담당자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에 물리적 한계가 있었고, 야간이나 주말에 발생하는 긴급 건에 대한 대응도 어려웠다.
시스템 개요
새로 구축한 시스템은 세 단계로 동작한다.
탐지 단계에서는 URL을 입력받아 해당 사이트의 인프라 정보를 수집한다.
분석 단계에서는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호스팅 위치와 신고 대상을 특정한다.
신고 단계에서는 특정된 대상에게 자동으로 삭제 요청을 발송한다.
핵심은 분석 단계다.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가 Cloudflare, DDoS-Guard 등 CDN 서비스를 사용해 실제 서버 위치를 숨기고 있다. 자체 개발한 다중 소스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으며, 구체적인 기법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현재 분석 대상 사이트의 87% 이상에서 원본 서버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호스팅 업체 식별과 자동 신고
서버 IP를 확보한 이후에는 해당 IP가 어느 호스팅 업체 소속인지 식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주요 호스팅 업체 30곳 이상의 IP 대역과 Abuse 신고 채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AWS, DigitalOcean, Vultr, OVH, Hetzner 등 불법 사이트가 자주 사용하는 업체들을 우선 커버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신고 발송은 두 가지 채널을 병행한다. CDN 업체에 대한 신고와 실제 호스팅 업체에 대한 신고를 동시에 진행해 삭제 확률을 높인다. 신고 양식은 업체별로 최적화된 템플릿을 사용하며, 필요한 증빙 자료를 자동으로 첨부한다.
성과
시스템 도입 이후 처리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건당 평균 처리 시간은 47분에서 8분으로 단축됐고, 동일 인력으로 처리 가능한 월간 건수는 5배 이상 증가했다. CDN 뒤 서버 특정 성공률은 87%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고 후 실제 삭제로 이어지는 비율도 기존 대비 34% 상승했다.
특히 야간과 주말 대응이 가능해진 점이 실무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피해 콘텐츠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 속도가 중요한데,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24시간 모니터링과 즉시 신고가 가능해졌다.
정부기관 도입 검토
현재 이 시스템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에 납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관에서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온프레미스 배포를 지원하며, 정부 클라우드 환경에도 대응 가능하다.
기존에 기관들이 사용하던 수작업 프로세스의 한계를 보완하고, 민간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공공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은 속도가 핵심이며, 이 시스템이 그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향후 계획
현재 분석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CDN 우회 기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어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신고 이후 삭제 여부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미삭제 건에 대해 재신고를 발송하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AI 기반 콘텐츠 탐지 기능을 연동해, 특정 피해자의 콘텐츠가 새로운 사이트에 업로드될 경우 자동으로 감지하고 삭제 프로세스를 즉시 시작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